1. 문제 제기

자동차 회사가 더 이상 차량을 '판매'하지 않고, 고객이 차량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정비·보험·금융·데이터 서비스를 묶어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매출 구조만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산, 감가상각, 현금흐름, 잔존가치, 기업가치 평가방식까지 함께 바뀔 수 있습니다.

전기 상용트럭과 물류센터
TaaS 전환은 트럭 한 대의 판매가 아니라 차량·충전·운영을 묶어 제공하는 구조의 변화입니다.

Deloitte가 2026년 6월 발간한 상용차 산업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제조기업에서 운영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보고서의 핵심 키워드는 TaaS(Truck-as-a-Service)입니다.

“고객에게 파는 것이 트럭 한 대가 아니라, 트럭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2. 핵심 개념

왜 상용차 회사는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려 할까

보고서에 따르면 상용차 시장은 디젤 내연기관 차량뿐 아니라 배터리 전기트럭(BEV), 수소연료전지트럭(FCEV)이 동시에 존재하는 과도기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Deloitte는 전문가 전망을 인용해 2035년 신규 트럭 판매의 약 60%가 무공해 트럭(ZET)이 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문제는 전환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OEM은 한동안 여러 동력원을 동시에 개발하고 생산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R&D, 생산설비, 조달, 재고관리의 복잡성이 커집니다.

전기트럭 가동률 대시보드
전기·수소 전환기에는 차량의 가동률과 운영 데이터가 제조사의 경쟁력과 재무위험을 함께 좌우합니다.

Deloitte가 제시한 2035년의 네 가지 시나리오

보고서는 미래의 사업환경을 두 축으로 나눕니다. 하나는 제품이 다양화될 것인가, 표준화될 것인가, 다른 하나는 고객이 차량을 직접 소유할 것인가, TaaS 방식으로 이용할 것인가입니다.

TaaS 중심 전통적 차량 판매 중심
제품 다양화 ① 다양화 + TaaS ③ 다양화 + 전통 소유
제품 표준화 ② 표준화 + TaaS ④ 표준화 + 전통 소유

이 구분은 자동차 산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계를 만들어 판매하던 회사가 사용량 기반 과금, 구독, 렌탈, 운영 서비스로 옮겨가는 산업이라면 비슷한 재무적 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TaaS는 단순 렌터카가 아니다

TaaS 모델에서는 차량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운영 패키지로 묶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 금융·리스, buy-back, 정비, 타이어, 보험, 예지정비, 가동률 관리, 통합청구, 충전 인프라 컨설팅 등이 결합될 수 있습니다.

핵심 변화

전통적 제조업은 차량을 판매하면 고객에게 자산과 상당 부분의 운영 리스크가 이전됩니다.

반면 TaaS에서는 차량과 관련된 자산·잔존가치·정비·가동률 리스크의 일부를 OEM 또는 금융·운영 플랫폼이 계속 보유하게 될 수 있습니다.

회계 관점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전통적인 차량 판매는 대체로 생산 → 재고 → 판매 → 매출 및 매출원가 → 현금회수라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TaaS에서는 차량을 고객에게 넘겨도 경제적 실질상 제조사가 자산을 계속 보유하거나, 계약기간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조건에 따라 다음 회계 쟁점이 중요해집니다.

  • 기업회계기준서 제1115호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 차량과 서비스의 수행의무 구분, 거래가격 배분, 수익인식 시점
  • 기업회계기준서 제1116호 리스: 고객이 식별되는 자산의 사용을 통제하는 계약인지 여부
  • 차량 및 관련 설비의 감가상각·잔존가치: 차량을 계속 보유하는 구조에서는 내용연수와 잔존가치 추정의 중요성이 커짐
  • 손상검토: 기술변화나 중고차 가격 하락이 보유자산의 회수가능액에 미치는 영향
  • 재매입 약정(Buy-back): 계약조건에 따라 단순 매출인지, 리스 또는 금융성 구조인지 추가 검토 필요
상용차 플릿과 현금흐름 분석
TaaS에서는 판매 시점의 매출보다 차량자산·감가상각·CAPEX·잔존가치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 위 회계 이슈는 Deloitte 보고서가 직접 회계처리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보고서의 사업모델을 K-IFRS 관점에서 확장해 본 실무 검토사항입니다.

3. 숫자 사례와 조건 비교

원문 수치·조건의 정리 또는 계산 구조를 설명한 예시입니다. 가정은 실제 거래의 세액·평가액을 뜻하지 않습니다.

항목수치·조건설명
보고서의 미래 시점2035년실현을 보장하는 예측이 아닌 시나리오
시나리오 축2개제품 다양화·표준화 × TaaS·전통적 소유
조합 수4가지2 × 2; 원문 구성 정리

4. 판단

가장 중요한 변화는 ‘매출 증가’보다 ‘자산 증가’일 수 있다

TaaS가 확대되면 고객에게 팔려 나가던 차량이 제조사 또는 플랫폼의 보유자산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매출뿐 아니라 차량자산, 감가상각비, 유지관리비, 차입 및 자본투입도 함께 증가할 수 있습니다.

사업모델 주요 재무적 특징
다양화 + TaaS R&D 부담, CAPEX, 보유자산, 자본고정이 모두 커질 가능성. 반복수익의 잠재력도 큼.
표준화 + TaaS 보유자산 부담은 존재하지만 플랫폼 표준화와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음.
다양화 + 전통 판매 차량 보유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R&D와 생산복잡성 비용이 커질 수 있음.
표준화 + 전통 판매 자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생산효율을 확보하기 용이함.

따라서 TaaS를 평가할 때는 단순히 “구독매출이 늘어난다”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복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그 수익을 만들기 위한 차량 투자와 금융부담이 얼마나 커지는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가치평가 방식도 제조업 DCF에서 운영 플랫폼 DCF로 바뀐다

전통적인 OEM의 사업계획은 대체로 판매대수와 평균판매가격(ASP)을 출발점으로 합니다.

전통 OEM

판매대수 × ASP → 매출 → 제조마진 → 운전자본 → 잉여현금흐름

하지만 TaaS에서는 매출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TaaS형 OEM

운영 차량 수 × 차량당 수익(ARPU) 또는 사용량 → 반복매출 → 유지관리비 → 차량 CAPEX → 잔존가치 → 잉여현금흐름

그래서 TaaS 사업을 가치평가할 때는 다음 변수를 함께 봐야 합니다.

  • 운영 차량 수와 증차 속도
  • 차량당 월·연간 수익
  • 가동률과 유지보수 비용
  • 계약 갱신률과 고객 이탈률
  • 차량 수명과 교체주기
  • 신규 차량 투자를 위한 CAPEX
  • 잔존가치(residual value)
전기 상용차 정비와 운영 현장
운영 플랫폼 DCF는 차량 수·가동률·정비비·교체주기·잔존가치가 함께 만드는 현금흐름을 평가합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변수는 잔존가치다

전기·수소 상용차는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중고차 시장도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구조에서는 중고차 가격 위험의 상당 부분이 고객에게 이전될 수 있지만, TaaS에서는 그 리스크가 OEM이나 금융회사에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잔존가치 가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감가상각, 손상, buy-back 부담, 운영 차량의 경제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DCF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5. 근거

관련 기준·법령: 기업회계기준서 제1115호; 기업회계기준서 제1116호.

6. 실무 체크포인트

보고서가 제시한 ‘후회하지 않을 전략’

Deloitte는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준비해야 할 공통 과제로 모듈형 ZET 플랫폼, 디지털 인프라, 전략적 파트너십, 유연 생산, 인재·역량 강화, 비용구조 혁신을 제시합니다.

재무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현재 사업의 비용구조를 효율화해 미래 R&D와 CAPEX를 감당할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조업이 구독경제로 바뀌면, 바뀌는 것은 매출만이 아닙니다.

재무제표의 구조와 기업가치를 보는 방법까지 함께 바뀝니다.

7. 정리

마무리

상용차 산업의 TaaS 전환은 자동차 산업의 특수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장비·산업재·의료기기·IT 하드웨어 등 여러 제조업에서 이미 나타나는 제품 판매에서 사용권·서비스 판매로의 전환과 같은 흐름입니다.

기업을 분석하거나 가치평가할 때도 매출 성장률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 누가 자산을 보유하고, 누가 잔존가치와 운영위험을 부담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사업모델이 바뀌면 숫자의 의미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8. 참고자료 및 출처

1. Deloitte Insights, 「상용차 산업의 재편: 제조기업에서 운영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OEM」, 2026년 6월.

2. 본문의 회계 및 가치평가 관련 내용은 위 보고서의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K-IFRS 및 재무분석 관점에서 작성자가 확장·해석한 내용입니다.